2026.10.26

단순한 모양일수록 디테일이 전부였다

화강암 정반 위에 부채꼴로 겹쳐 놓은 날

목업을 손에 쥐니 막연하던 불안이 질문 세 개로 바뀌었어요. 자석은 얼마나 세야 할까? 나사로 할까, 리벳으로 할까? 플라스틱을 붙잡아줄 기둥(보스)이 필요할까? 그 질문들을 들고 찾아간 곳들의 이야기예요.

1. 국내에서 만들고 싶었어요

디테일은 한 번에 나오지 않을 거란 걸 예상했었고, 구조를 오래 고민하면서, 부품끼리 서로 맞물려 있어 하나하나 계산해 맞추기가 까다롭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요. 자석이 약해서 조금 키우면, 그걸 감싸는 손잡이의 두께와 높이가 달라지고, 그러면 날에 뚫는 구멍의 크기까지 다시 맞춰야 했어요. 하나를 고치면 나머지가 따라 움직이는 구조였죠.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투명하게 제작했던 모습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투명하게 제작했던 모습

그걸 빠르게 확인하고 바로 고치려면, 국내에서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해외에서 만드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경험이 적은 저에게는 이 길이 더 맞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막막했어요. 이쪽 업계에서 일해본 적이 없다 보니, 뭐라고 검색해야 하는지도 몰랐거든요. 플라스틱 손잡이를 찍어내는 걸 '사출', 그 틀을 '금형', 날이 될 부분을 눌러 얇게 만드는 걸 '병압'이라고 부른다는 것도 하나씩 물어가며 알게 됐어요. 만드는 방식의 이름을 아는 것부터가, 첫 번째 일이었던 셈이에요.

그리고 이름을 알고 나니, 이번엔 모양이 문제였어요. 단순해 보이는 모양이, 만들기엔 오히려 까다로웠어요.

제가 디자이너이다 보니, 모양을 먼저 정하고 그걸 지켜낼 구조는 나중에 맞춰가야 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이미 있는 공정에 그대로 맡길 수 있는 곳이 드물었어요. 날, 리벳, 자석, 손잡이. 부품마다 전혀 다른 곳을 찾아다녀야 했어요.

그리고 만들면서 새삼 알게 됐어요.
단순한 모양일수록 디테일이 전부라는 걸요.

2. 스테인리스 날

스테인리스를 다루는 공장을 찾으면, 대부분 크고 무거운 산업용 부품을 만드는 곳이었어요. 반대로 프레스로 찍어내는 업체를 찾으면, 스테인리스를 다루는 곳이 드물었고요.

공장에 놓인 포스코 스테인리스 코일

그러다 생각했어요. 이거, 숟가락이나 포크랑 비슷하지 않나? 그래서 주방용품 업체를 찾아봤는데, 이번엔 냄비 같은 큰 주방기기를 만드는 곳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렇게 돌고 돌아, 커트러리를 만드는 곳을 찾아 미팅을 할 수 있었어요. 원자재를 넉넉히 갖고 있으면서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곳을 찾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포스코 304 스테인리스 원자재의 모습
포스코 304 스테인리스 원자재의 모습
프레스로 날 모양을 만들고, 병압과 연삭을 통해 날을 만들어냅니다. 그 후 광택 작업까지
프레스로 날 모양을 만들고, 병압과 연삭을 통해 날을 만들어냅니다. 그 후 광택 작업까지

3. 리벳

리벳은 더 어려웠어요. 처음엔 옷이나 가방 부자재가 모여 있는 신설동 부자재 거리를 한참 돌았어요. 그런데 대부분 물건을 받아 파는 도매상이었고, 직접 만드는 곳은 찾기 어려웠어요. 결국 리벳을 만드는 곳을 찾은 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였어요. 공장도 SNS에서 찾게 되더라고요 ㅎ

목업이 던진 질문 하나, 나사로 할까 리벳으로 할까. 나사가 훨씬 쉬웠지만, 리벳을 고집했어요. 표면이 평평하고 깔끔하게 끝나는 모양을 지키고 싶어서요. 리벳이 표면과 평평하게 맞물리려면 안쪽이 그만큼 정확해야 해서, 리벳을 누르는 기계도 이 물건에 맞춰 따로 세팅했어요.

마지막 조립에 쓰는 리벳 프레스예요.
마지막 조립에 쓰는 리벳 프레스예요.
리벳 프레스 받침 위에 올린 손잡이

4. 자석

자석은 의외로 찾기 쉬웠어요. 서울 근처 유통 단지를 돌며 물어보니, 자석을 다루는 곳이 정말 많더라고요. 자석은 이미 만들어진 규격품 중에서 고르기로 했어요.

어려운 건 그다음이었어요. 또 하나의 질문, 자석은 얼마나 세야 할까? 어떤 크기와 세기가 맞는지는 직접 붙여봐야 알 수 있는데, 손에 있는 건 큰돈을 들여 만든 목업 하나뿐이었어요. 계산보다는, 붙였다 뗐다 하며 손으로 맞춰갈 수밖에 없었죠.

자석은 클수록 세져요. 앞에서 말씀드린 '하나를 고치면 나머지가 따라 움직이는' 일이 바로 여기서 일어났어요. 자석을 조금 더 큰 것으로 바꾸자, 그걸 감싸는 손잡이는 높이를 올리고 덮개는 1.5mm에서 1.0mm로 얇게 해야 했어요. 자석이 지나가는 날의 구멍도 다시 넓혔고요.

그런데 자석은 밖에서 보이지 않아야 했어요. 잘 붙으려면 덮는 플라스틱이 얇아야 하는데, 너무 얇으면 자석이 비쳐 보이거든요. 그 사이, 딱 맞는 두께를 찾는 게 어려웠어요.

언박싱커터 내부에 들어가는 네오디뮴 자석
언박싱커터 내부에 들어가는 네오디뮴 자석
테스트의 옆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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